전세·월세 계약 중간에 이사 가야 할 때
복비 누가 내고, 보증금은 언제 받나
한 줄 정리 —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이사를 가야 한다면, 답은 "내 계약이 첫 계약이냐, 연장된 계약이냐"에서 갈려요. 처음 맺은 2년 계약 중간이라면 집주인이 해지에 응할 의무가 없어서 새 세입자를 구하고 복비를 내는 조건으로 합의하는 게 보통이에요. 반면 묵시적으로 연장됐거나 계약갱신요구권을 써서 연장된 계약이라면, 세입자는 언제든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집주인이 통보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끝나요. 이건 협상이 아니라 법이 정한 권리라서, 이때 새 세입자 복비를 떠안을 법적 의무도 없어요.
직장 발령, 결혼, 아이 학교, 부모님 돌봄 — 2년을 못 채우고 집을 옮겨야 하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생겨요. 그런데 이 순간 세입자 대부분이 "복비는 제가 낼게요"부터 말해요. 그게 관행이라고 들었으니까요. 오늘은 그 관행이 어디까지 법이고 어디부터 협상인지, 상황별로 정확히 갈라서 정리할게요.
• 첫 계약 기간 중이면 임대차보호법에 세입자의 중도해지권이 없어요. 집주인과 합의해지가 필요하고, 그 조건으로 "새 세입자 구해오기 + 복비 부담"이 붙는 게 관행이에요. 관행이지 법적 의무는 아니라서 협의 대상이에요.
• 묵시적 갱신(만기 전 아무 말 없이 자동 연장)이나 계약갱신요구권을 써서 연장된 계약이면, 세입자는 언제든 해지 통보 → 집주인이 받은 날부터 3개월 뒤 해지 효력(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제6조의3). 대법원은 2024년 1월, 갱신된 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통보해도 통보일부터 3개월을 센다고 판결했어요.
• 이때 복비를 세입자가 낼 법적 의무는 없어요. 법제처는 "만료 전 나가는 임차인은 중개의뢰인이 아니다"라고 해석했고, 국토교통부도 갱신 후 해지 시 세입자에게 복비를 물리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에요.
• 조건을 새로 정해 재계약서를 다시 쓴 경우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요. 갱신 계약서에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이라고 적어두면 나중에 3개월 해지권을 주장하기가 훨씬 쉬워요.
• 해지 통보는 문자·카톡 + 내용증명으로 남기고, 3개월 동안의 월세·관리비는 세입자 부담이에요. 그 다음은 보증금 반환 — 안 주면 보증금 안 돌려줄 때 대처법으로 이어가세요.
먼저 확인할 것 — 내 계약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중도해지의 모든 답은 계약의 '상태'에서 나와요. 아래 네 가지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부터 찾아보세요.
| 내 계약 상태 | 이런 경우예요 | 세입자가 먼저 해지할 수 있나 |
|---|---|---|
| ① 첫 계약 기간 중 | 처음 맺은 2년(또는 약정 기간)이 아직 안 끝남 | 법정 해지권 없음. 집주인 동의(합의해지)가 필요. 계약서 특약에 중도해지 조항이 있으면 그에 따름 |
| ② 묵시적 갱신 | 만기 6~2개월 전 사이에 집주인이, 2개월 전까지 세입자가 아무 통보를 안 해서 같은 조건으로 자동 연장됨 | 언제든 해지 통보 가능. 집주인이 받은 날부터 3개월 뒤 효력 (제6조의2) |
| ③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갱신 | 세입자가 "갱신하겠다"고 요구해서 연장됨 (보증금·월세를 5% 안에서 올렸어도 포함) | 언제든 해지 통보 가능. 집주인이 받은 날부터 3개월 뒤 효력 (제6조의3 제4항이 제6조의2를 준용) |
| ④ 합의 재계약 | 갱신요구권과 무관하게 조건(보증금·기간·특약)을 새로 정해 계약서를 다시 씀 | 다툼 여지. 새 계약으로 보면 ①과 같고, 실질이 갱신이면 ②·③처럼 볼 수 있어요. 계약서 문구와 당시 대화가 판단 근거 |
많은 분이 헷갈리는 게 ③이에요. "갱신할 때 보증금을 올려줬으니 새 계약 아니냐"고 생각하시는데,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서 연장된 거라면 조건이 일부 조정됐어도 법이 말하는 '갱신된 계약'이에요. 세입자의 3개월 해지권이 그대로 붙어요.
상황 ① 첫 계약 기간 중 — 합의해지, 그리고 '복비 관행'의 정체
처음 맺은 2년 계약이 아직 남았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에게 "언제든 나갈 권리"를 주지 않아요. 계약은 지키는 게 원칙이라서 집주인은 만기까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위법이 아니에요. 그래서 실무는 이렇게 흘러가요.
- 집주인에게 먼저 알리고 합의를 요청해요. 집주인 입장에서는 만기 전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니, 보통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면 그 보증금으로 돌려주겠다"는 조건을 달아요.
- 새 세입자를 구하는 일은 사실상 세입자 몫이 돼요. 집을 잘 보여주고, 중개업소 여러 곳에 내놓고, 조건을 맞추는 과정이에요.
- 복비(중개보수)는 "나가는 세입자가 낸다"가 관행이에요. 그런데 이건 법이 아니라 합의해지의 조건으로 굳어진 관행이에요. 법제처는 2009년 해석(09-0384)에서 "계약기간 만료 전에 나가는 임차인은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보수를 부담하는 중개의뢰인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어요. 중개보수는 새 계약의 당사자인 집주인과 새 세입자가 내는 게 법의 구조예요.
법적 의무가 없다고 "안 냅니다"로 시작하면 합의 자체가 깨져요. 집주인이 해지에 응해줄 의무도 없으니까요. 현실적인 순서는 이래요.
① 나가는 사유와 희망 날짜를 정중하게 먼저 알린다 → ② 새 세입자를 적극적으로 구하겠다고 한다 → ③ 복비는 "새 세입자가 빨리 구해지면 제가 부담하겠다"처럼 조건을 걸어 합의한다 → ④ 합의 내용(퇴거일, 보증금 반환일, 복비 부담)을 문자로 정리해 남긴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못 구해서 시간이 길어지면 복비 부담을 나누거나, 남은 기간이 몇 달 안 남았으면 "만기까지 월세를 내고 복비는 집주인이 부담"하는 식으로 조정하는 사례도 흔해요.
한 가지 더 — 계약서에 "임차인의 사정으로 중도해지 시 새 임차인의 중개보수는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특약이 있다면 원칙적으로 유효해요. 서명한 조건이니까요. 다만 이런 특약이 ②·③처럼 법이 보장한 해지권을 쓰는 경우까지 적용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봐요(뒤에서 설명).
상황 ② ③ 갱신된 계약 — "통보하고 3개월"이 법이에요
묵시적 갱신이나 계약갱신요구권으로 연장된 계약이라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는 이렇게 정해요.
①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② 해지는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
※ 제6조의3 제4항: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갱신된 임대차의 해지에 관하여는 제6조의2를 준용한다.
즉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 없어요. 통보가 도달한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은 끝나고, 집주인은 그날 보증금을 돌려줘야 해요. 새 세입자를 구했는지는 상관없어요 — 새 세입자를 구하는 건 집주인의 일이 되고, 그 새 계약의 복비도 집주인이 내는 게 원칙이에요.
2024년 대법원 판결 — 갱신 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통보해도 3개월
세입자가 갱신요구권을 써서 계약을 연장해놓고, 연장된 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나가겠다"고 통보한 사건이 있었어요(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3다258672 판결). 세입자는 2021년 1월 5일 갱신을 요구했고(갱신 기간은 3월 10일부터), 1월 29일에 해지를 통보했어요. 집주인은 "갱신 기간이 시작된 뒤부터 3개월을 세야 한다"고 맞섰죠.
대법원은 세입자 손을 들어줬어요. 해지 통보가 갱신된 기간 시작 전에 도달했더라도, 통보가 도달한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해지 효력이 생긴다고요. 이 사건에서는 4월 29일에 계약이 끝났고, 집주인은 그날 기준으로 보증금을 돌려줘야 했어요. 실무에서는 이 판결 이후 "갱신요구권을 쓴 세입자는 언제든 3개월 뒤 나갈 수 있다"는 원칙이 확실히 자리 잡았어요.
이 3개월 동안 챙길 것
- 월세·관리비는 3개월 치까지 세입자 부담이에요. 통보 후 바로 이사를 나가도 해지 효력일까지의 월세는 내야 해요. 대신 그 사이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 그날까지만 정산하는 걸로 합의할 수 있어요.
- 통보는 증거가 남게 — 문자·카톡으로 "○월 ○일자로 계약 해지를 통지합니다"라고 보내고, 같은 내용을 내용증명으로도 보내세요. 3개월의 기산점은 '집주인이 받은 날'이라 도달 증명이 중요해요.
- 보증금 반환일을 못 박아두세요. "해지 효력일(통보 도달 + 3개월)에 보증금 ○원을 반환해 주세요"라고 함께 적어두면, 나중에 지급명령·임차권등기로 갈 때 근거가 돼요.
상황 ④ 재계약서를 다시 쓴 경우 — 문구가 운명을 가른다
가장 분쟁이 많은 유형이에요. 만기 즈음에 집주인과 "보증금 2,000만원 올리고 2년 더"로 합의하고 계약서를 새로 썼다면, 이게 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인지 완전히 새로운 계약인지에 따라 3개월 해지권이 붙기도, 안 붙기도 해요. 계약서를 다시 썼다는 사실만으로 새 계약이 되는 건 아니고, 법원은 그 과정을 봐요 — 세입자가 갱신을 요구한 기록이 있는지, 집주인이 어떤 답을 했는지, 조건 조정이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 계약서에 뭐라고 적혔는지.
"본 계약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 계약임."
특약란에 이 문장이 있으면 나중에 3개월 해지권을 주장할 때 가장 강력한 근거가 돼요. 반대로 집주인이 "이번은 신규 계약으로 한다"는 문구를 넣자고 하면, 그건 세입자의 중도해지권과 앞으로 남은 갱신요구권(1회)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서명 전에 꼭 짚어보세요.
이미 계약서를 썼고 이런 문구가 없다면, 갱신 무렵 주고받은 문자·카톡을 지우지 말고 보관하세요. "갱신 요구합니다 / 보증금 얼마 올려주시면 갱신해 드릴게요" 같은 대화가 갱신요구권 행사의 증거가 돼요.
복비, 실제로 얼마나 되나 — 3개월 월세와 비교해 보세요
"복비 내고 빨리 나갈까, 3개월 기다릴까"를 판단하려면 금액을 알아야 해요. 주택 임대차 중개보수는 거래금액 × 상한요율이고, 상한 안에서 중개사와 협의해 정해요. 월세는 보증금 + (월세 × 100)으로 거래금액을 환산해요(그 값이 5,000만원 미만이면 월세 × 70).
| 임대차 거래금액 | 상한요율 | 한도액 | 예시 |
|---|---|---|---|
| 5,000만원 미만 | 0.5% | 20만원 | 보증금 1,000만·월세 30만 → 환산 4,000만 → 한도 20만원 |
| 5,000만~1억 미만 | 0.4% | 30만원 | 보증금 3,000만·월세 50만 → 환산 8,000만 → 최대 30만원 |
| 1억~6억 미만 | 0.3% | 없음 | 전세 3억 → 최대 90만원 |
| 6억~12억 미만 | 0.4% | 없음 | 전세 7억 → 최대 280만원 |
| 12억~15억 미만 | 0.5% | 없음 | 전세 13억 → 최대 650만원 |
| 15억 이상 | 0.6% | 없음 | 전세 16억 → 최대 960만원 |
여기에 부가세 10%가 붙을 수 있어요(중개사무소가 일반과세자인 경우). 전세 3억이면 복비 최대 90만원 안팎 — 만약 갱신된 계약이라 3개월을 기다릴 수 있고 그동안 월세가 없는 전세라면, 굳이 복비를 떠안지 않아도 돼요. 반대로 월세 100만원짜리 집에서 첫 계약 중간에 나가야 한다면, 복비 30만원을 내고 새 세입자를 빨리 맞추는 편이 남은 월세보다 훨씬 싸요. 내 계약 상태 + 복비 금액 + 남은 월세 세 가지를 놓고 결정하세요.
상황별로 이렇게 하세요
법정 해지권은 없어요. 집주인에게 사유·희망일을 알리고 합의해지를 요청하세요. 새 세입자를 적극적으로 구하고, 복비는 협의로 부담하되 합의 내용을 문자로 남기세요. 집주인이 아예 협조를 안 하면 만기까지 월세를 내며 기다리거나, 집주인 동의를 얻어 전대(다른 사람에게 재임대)하는 방법이 있지만 동의 없는 전대는 계약 해지 사유가 되니 주의하세요.
묵시적 갱신 상태예요. 오늘 문자와 내용증명으로 해지를 통보하면 집주인이 받은 날부터 3개월 뒤 계약이 끝나고 보증금을 받을 권리가 생겨요. 새 세입자를 구하는 건 집주인 몫이고 복비도 원칙적으로 집주인 부담이에요. 다만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빨리 구하도록 집 보여주기에는 협조하는 게 서로 편해요.
보증금을 올렸어도 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이면 3개월 해지권이 있어요. 계약서에 "갱신요구권 행사" 문구가 있으면 그대로, 없으면 갱신 당시 문자·카톡을 챙긴 뒤 해지 통보하세요. 집주인이 "새 계약이니 복비 내라"고 하면 대법원 2023다258672 판결과 법제처 해석을 근거로 정중히 설명하고, 그래도 분쟁이 이어지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대한법률구조공단·LH·한국부동산원 운영)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어요.
첫 계약이면 ①, 갱신 상태면 ②·③이에요. 어르신 명의 계약이라면 해지 통보도 계약자 본인 명의로(대리라면 위임장과 함께) 보내야 도달 효력을 다투지 않아요. 보증금이 큰 전세라면 3개월 뒤 반환일에 맞춰 잔금·입주 일정을 짜고, 반환이 늦어지면 임차권등기명령으로 대항력을 유지한 채 이사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첫 계약 중간에 나갈 때 복비를 안 내면 어떻게 되나요?
법적으로는 낼 의무가 없지만, 집주인도 만기 전에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어요. 결국 합의가 안 되면 만기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으니, 복비 부담 여부는 "빨리 나가는 대가"로 협상하는 게 현실적이에요. 남은 기간이 짧거나 집주인이 어차피 집을 내놓을 계획이었다면 복비를 나누거나 집주인이 부담하는 쪽으로 조정해 볼 여지가 있어요.
Q. 해지 통보 후 3개월 안에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 그때 나가도 되나요?
네. 3개월은 '늦어도 이때는 끝난다'는 상한이에요. 새 세입자가 더 빨리 구해지면 그 입주일에 맞춰 보증금을 돌려받고 나가는 것으로 집주인과 합의하면 돼요. 그 경우 월세도 실제 퇴거일까지만 정산해요.
Q. 계약서에 "중도해지 시 복비 임차인 부담" 특약이 있는데, 묵시적 갱신 후에도 적용되나요?
특약 자체는 유효하지만, 법이 보장한 해지권(제6조의2)을 쓰는 경우까지 그 특약이 미치는지는 다툼이 있어요.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로 보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와 맞물려 판단되고, 국토교통부도 갱신 후 법정 해지 시 세입자에게 복비를 물리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에요. 집주인이 강하게 요구하면 분쟁조정위원회를 이용해 보세요.
Q. 집주인이 계약 중간에 "집 팔 거니까 나가달라"고 해요. 나가야 하나요?
아니요. 집주인에게는 기간 중 해지권이 없고, 집이 팔려도 새 집주인이 임대인 지위를 그대로 물려받아요. 나가주는 건 세입자가 선택할 문제이고, 그 경우 이사비·복비·위약금은 집주인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합의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반대로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는 상황은 실거주 갱신거절 대처법에서 다뤘어요.
Q. 전세대출을 받았는데 중도해지하면 대출은요?
보증금을 돌려받는 날 대출을 상환하면 돼요. 은행에 미리 알려 상환 일정과 중도상환수수료 여부를 확인하고, 보증금 반환일과 상환일을 같은 날로 맞추는 게 안전해요. 집주인이 보증금 일부를 은행 계좌로 직접 보내는 방식(질권 설정 대출)이라면 은행 안내에 따라 진행하세요.
